[이제는 SaaS 시대] 시지온 김범진 대표 "댓글은 가치다"

동아일보

도안구 IT 칼럼리스트


"라이브리의 평가는 단 하나의 숫자, 수익 증대로 증명하겠습니다."

소셜 댓글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지온이 라이브리 설명서에 적은 문구다. 댓글 기능은 어떤 서비스가 등장하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사항이다. 정치적인 논란은 물론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다양한 뉴스나 사회 현상에 대한 여론 파악, 제품에 대한 품평 등 활용 범위도 넓고, 광범위하다.

페이스북이 외부에 이런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서비스 생태계를 확충해 가는 것만 봐도 그 가치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과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다. 지난 2010년, 필자는 블로터에 재직 중이었다. 당시 본인확인제 의무도입 대상자가 되면서 회원의 실명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했는데, 블로터는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아예 댓글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 같은 소셜 미디어에 의견을 남기면, 블로터닷넷 기사 하단에 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관련 법을 따르면서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이런 소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한 이가 시지온 김범진 대표다. 서비스명은 '라이브리'. 라이브리는 기존 댓글 기능을 대체해 설치할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소셜 미디어 계정을 이용해 댓글을 작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당시 연세대 학생 벤처기업 시지온 대표였던 그는 최근 한껏 성장한 CEO로 변모해 있었다.


김범진 대표는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기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의견, 구매하거나 사용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품평 등 댓글은 고객과의 소통입니다. 그 댓글 안에서 고객이 원하는 내용들을 파악해 대응해야 합니다. 댓글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라이브리를 활용 중인 국내 기업 및 기관 수는 총 1,174곳(2019년 3월 기준)이다. 특히, 국내 주요 언론사 400여 곳이 이용 중이다. 정말 엄청난 성장세다.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해외 진출 실패에 대한 아픔이 있었지만, 이를 딛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댓글 솔루션을 설치한 웹사이트를 통해 월/년 비용을 받는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진행하는 글로벌 SaaS 육성프로그램(GSIP)에 참여, AWS(Amazon Web Services) 기반으로 '리액션 데이터 기반 여론 분석 SaaS 개발과 사업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특정 이슈 때문에 댓글 트래픽이 몰리면, 이를 바로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시지온은 여기에 집중했다. 시지온은 고객사가 인터넷 이벤트 등을 진행해 트래픽이 급증해도, 장애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비스를 개선할 때도 중단 없는 패치 작업과 안정적인 DB 운영 등도 개발했다.

초기 개별 언론사들은 자사 내부 인력을 동원해 댓글을 관리했다. 개인정보 이슈도 있어 외부 업체가 이를 관리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지온이 댓글 관리 기능에 데이터 분석까지 제공하면서 조금씩 달려졌다. 새로운 기능을 지원하는 속도도 SaaS 모델로 제공하면서 빨라졌다.

앞서 언급한대로 댓글은 단순한 사회 여론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만족 여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다. 시지온이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기반으로 콘텐츠를 검색한 후 선별해, 온라인 웹사이트와 오프라인 스크린에 노출하는 솔루션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확장성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디스플레이 솔루션 어트랙트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미 브랜드 채널이나 온라인 이벤트, 전자상거래, 디지털 사이니즈 등 많은 대형 기업과도 협력하고 있다. 온라인 이벤트 진행 상황을 오프라인 매장 디스플레이에 바로 보여줄 수도 있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 체험하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웹이나 화면에 적용할 수 있어 고객 체험 경험도 높일 수 있다. 바로 올린 사진을 프린트해서 제공하기도 한다.





시지온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에 상품 태그를 붙여서 쉽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커머스 솔루션 '어트랙트#' 등도 제공한다.

시지온에 따르면, 개인의 소비 경험을 공유할 때 이용하는 채널은 온라인이 72.2%로 오프라인 20.7% 보다 현저히 많다. 온라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구매에 미치는 영향력 조사에서 가격(60.1%) 다음으로 이어지는 항목이 '이용후기(49.1%)'다. 댓글을 많이 본다는 뜻이다.

함께하는 기업들과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양한 홍보채널을 통해 브랜드 노출도를 높일 수도 있다. 온/오프 연계 마케팅과 인증샷 콘텐츠 등을 통해 이벤트 참여자도 높일 수 있다. 구매 전환율에 대한 증대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체류시간을 늘리고, 자체 개발해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할 경우, 6개월 걸리는 것을 10분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런 댓글을 활용한 스타트업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상품 구매 후 구매 후기나 이용 후기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통계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시지온도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 작업을 거의 끝낸 상태다.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많이 반성했다. 해외 진출 좌절이라는 경험을 겪었지만, 10년 전 개발한 아이템 '댓글'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들의 모습 앞에 부끄러웠다. 인력과 기업 규모를 꾸준히 키우면서 여전히 도전하는 그들의 태도와 행동은 여전했다.

김범진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시스템도 꾸준히 개선 중이다. 미국 시장에 한해 재도전도 나선다. 9년 넘게 생존에 성공한 기업이지만, 연관된 시장을 찾아 도전하는 시지온과의 만남에 에너지를 수혈 받는 느낌이다.

최근 국내에서 댓글은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다. 너무나 첨예하기 갈리고 있는 여론 지형과 사회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한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 그에 따른 인터넷포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기능 삭제 등 이슈 중심에 댓글이 있다.

그럼에도 시지온은 한결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시지온은 앞으로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이 쏟아내는 '댓글'을 주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