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방지책, 실명제가 최선이라고요?”

지디넷

백봉삼 기자


“악플 문제가 심각하니, 인터넷 실명제를 하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단편적인 생각이에요. 온라인 공간은 2차원 평면이지만, 사람들은 3, 4차원적인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요. 이들이 온라인에서 말을 잘하도록 하려면 당신이 잘못하면 우리가 추적해서 벌 줄 거야가 아니라, 디지털 문화와 사용자 경험(UX) 개선이 우선돼야 합니다.”

최근 인기 연예인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악플에 대한 대중들의 문제 인식이 다시 한 번 커졌다. 국회에서는 댓글 게재 시 이용자의 아이디를 전부 노출시키자는 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또 실명으로 댓글을 달게 하자는 목소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악플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김범진 시지온 공동대표는 인터넷 공간에서 실명을 사용하더라도 악플 해결에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보다는 ‘사회적(Social) 실명’이 더 큰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서로 인사 하고 아는 사이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듯,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으로 로그인 해 댓글을 달게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SNS는 이용자들이 프로필 사진과 본명을 많이 사용해요. 또 링크를 타고 지인이 있는 공간으로 연결도 되죠. 이런 게 더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들죠. 사법적 검열보다는 내가 스스로 검열하고 댓글을 더 조심히 다는 게 좋다고 봅니다.”

시지온은 SNS 계정을 이용한 로그인 댓글 서비스인 ‘라이브리’를 국내 대다수 언론사에 제공하고 있다. 내 정보가 많이 담긴 소셜 계정 기반이어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댓글이 달린다.

문제는 포털 뉴스와 인기 커뮤니티다. 사용자가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 수도 있고, 유출된 정보로 가짜 계정이 만들어져 사고 팔리기 때문에 정상적이지 않은 댓글이 많이 달린다. 익명성 뒤에 숨어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이고 낯 뜨거운 댓글이 종종 달리기도 한다.

“악플을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4순위 정도로 봐야 해요. 과잉 조치가 남발될 수 있기 때문이죠. 착한 댓글을 달면 포인트를 준다거나 세재 혜택을 주는 식의 경제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면 어떨까요. 또 반대로 악플을 달면 누진세를 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좋은 댓글 문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법적, 경제적 방법보다 더 우선시 돼야 할 게 있다는 생각이다. 악플러의 경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댓글창의 디자인, 색깔, 위치 등 사용자 경험적인 측면이 가장 먼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악플의 노출이 적어져야 해요. 최신순, 공감순으로 댓글을 우선 보여주다 보면 초반에 작성된 댓글의 노출이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베스트 댓글에 진입하면 계속 베스트 댓글일 확률이 높은 거죠. 나중에 댓글을 단 사람은 베스트 댓글이 되기 어려운 구조죠. 나중에 기사를 보고 댓글을 단 사람들도 베스트 댓글이 될 수 있는 지름길(알고리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김 대표는 욕설 데이터베이스를 포털과 업계가 함께 협력해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말의 경우 조금만 변형해도 욕으로 읽히게 만들 수 있어 초기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구조적 해결이 선행된 후 그 다음 선플 운동과 경제적 대응, 법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계산이다.

김범진 대표는 댓글이 생각보다 사람들의 생각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댓글이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댓글 여론을 긍정적으로 만들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댓글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아요. 사람의 생각은 계속 바뀌는데, 댓글이 영향을 미치죠.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남의 의견을 존중해요. 그래서 댓글이 영향력을 더 발휘하게 되죠. 이 때문에 인터넷의 속성을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제도적인 교육이 성교육만큼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댓글 중 어떤 게 사실에 맞고 합리적인 정보인지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또 100개의 다른 주장 댓글을 보고도 내 얘기를 달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어 김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누가 깃발을 꼽든 지속 가능한 댓글 정책 관련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 건전한 댓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시지온 라이브리는 댓글 관련 10대 추진 정책을 정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선플 보상 시스템 ▲선플러 레벨업 제도 ▲댓글 지식백과 등과 같은 선플 활성화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댓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단어가 입력될 경우 팝업으로 경고를 보내거나, 파워 유저가 타인의 댓글을 감출 수 있는 체계 등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악플러 히스토리 제도, 악플러 치유 센터 설립, 그리고 피해자가 본인인증 후 해명 댓글을 기재하면 상단에 고정시켜주는 시스템 등을 준비 중이다.

“악플에 대해 구조적 해결책을 찾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법으로 섣불리 해결하려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거든요. 대중들도 실명제 말고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찬성을 지금처럼 하지 않을 거라 봐요.”